아동발달의 특성
아동기에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발달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각 영역의 발달이 다른 영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이 아동의 발달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 신체 및 운동발달
(1) 신체발달 과정
- 아동의 신체적인 성장은 수정된 순간부터 일반적인 원리를 따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성장은 머리에서 아래쪽으로 진행되고, 신체의 중심부에서 바깥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가슴과 몸통이 팔다리, 손가락, 발가락보다 먼저 성장하는 태아기의 발달에 그대로 나타난다. 신체 각 부위는 일생을 통해 서로 다른 속도로 발달한다. 예컨대, 골격과 근육, 내장기관은 유아기와 아동 초기에 급속도로 성장하며 아동중기에는 성장이 느려졌다가 청소년기에 다시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뇌는 출생시에 무게가 성인의 25%가량 되므로 다른 기관에 비해서 상당히 큰 편이고, 5세경이면 뇌가 성인 뇌 무게의 약95%에 이르게 된다. 생식기관은 청소년기 이전에는 서서히 발달하다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급속히 성장하며 스무 살 무렵이면 기초적인 신체적 성숙은 거의 다 이루어진다(서봉연 외,1998).
(2) 운동발달 과정
- 운동발달 또한 보편적인 순서로 이루어진다. 수의적 운동은 머리에서 아래쪽으로 진행되는 두미(頭眉)원리를 따르므로 다리보다 팔을 먼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체말부보다 중심부를 그리고 소근유보다 대근육을 더 빨리 통제한다(조희숙 외, 1994). 따라서 아이들이 연필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 마치 주먹을 쥐듯이 손 전체로 연필을 쥐고, 팔 전체를 사용해서 쓰다가 나중에는 점차 손가락을 이용해서 연필을 쥐고, 손목 근육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경조직 및 지각 시스템이 발달함에 따라 아기는 생후 1~2개월이 지나면 자신의 몸을 어느 정도 가눌 수 있게 된다. 대개 2~6개월이 되어 척추를 회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아기들은 몸을 뒤집을 수 있다. 통상 7~8개월째 기초 운동요령을 완전히 터득하고 나면 기는 연습에 착수한다(서봉연 외, 1998). 일부 유아는 이런 기는 법을 익히지 못하고 엉덩이나 배를 끌며 이동한다. 유아들에게 있어 기는 행동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즉, 그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는 것’ 이다. 이는 양팔이 없는 선천적 장애아가 다른 아동이 손을 쓰는 법을 익힐 때 발로 쥐고 만지는 법을 비약적으로 익히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첫 발걸음을 떼는 놀라운 변화는 10~17개월에 이루어지고, 만 3세가 되어야 평균대 위에서 발을 바꾸며 걸을 수 있는 정도의 균형감각이 생긴다. 옷을 혼자서 벗는 것은 만 3세가 지나야 가능하며, 혼자서 옷을 입는 것이 부분적으로나마 가능한 것은 4세경이다. 신을 혼자서 신거나 옷을 혼자서 입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은 만 5~6세, 즉 유치원 정도의 연령이 되어야 한다(Wingert & Underwood, 1999).
(3) 신체 및 운동발달의 이상 조짐
- 최근의 연구들에서는 앉거나 기고, 걷거나 말하는 데 필요한 신경근육연계 능력을 갖추게 되는 시기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유아들의 발육에 대해 ‘빠르다’거나 ‘늦다’는 판단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Wingert & Underwood, 1999).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 및 운동발달과 관련된 포괄적인 발육기준은 아동의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예컨대, 뇌와 신체의 완벽한 연동작용과 균형감각을 갖는데 필요한 기간이 개인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생후 3~4개월 정도 되면 아기는 팔뚝으로 몸을 일으켜 지탱할 수 있고, 17개월 정도가 되면 걸음을 걸을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 새내기 엄마들 사이에서 백일 사진을 백일 때 찍기보다는 백일 이후 한 달쯤 지난 후에 찍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이는 백일 이후 한 달 정도 지나면 발육이 다소 늦는 아기라도 대부분 자기 머리를 꼿꼿이 들고, 팔로 몸을 지탱하면서 오랫동안 방긋방긋 td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일이 훨씬 지나도록 자신의 머리를 가누지 못하거나 두 돌이 지난 후에도 일어서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거나 하는 것은 이상발달 조짐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유아가 걸음마를 배우는 것은 모방이나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는 해부학적, 생리하적인 조건이 발달함에 따라 스스로 터득하게 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포괄적인 발육기준에 현저하게 뒤떨어지는 경우 일단은 신체 및 운동발달의 이상조짐으로 받아들이고, 전문적인 발달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2) 인지발달
(1) 인지발달 과정
- 아동들은 부모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다양한 대상들을 경험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학습하게 된다. 이와 같이 아동의 논리적인 사고의 발전과정을 피아제는 감각운동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형식적 조작기로 구분하였다(최순남, 2002).
① 감각운동기
: 출생부터 약 2세 정도까지의 감각운동기의 유아들은 감각경험과 운동행동을 조절하는 것을 배운다. 물리적 대상물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유아는 세계에 대한 중요한 지식을 획득한다. 이 기간 동안 유아들은 자신의 행동과 그 행동의 결과 사이의 관계를 발견하기에 분주하다. 예컨대, 그들은 어떤 물건을 잡으려면 어떻게 얼마나 멀리 손을 뻗어야 하는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이단계의 중요한 발달적 특징은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의 개념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물건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감각적으로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그 물건이 계속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② 전조작기
: 2세에서 7세 정도의 전조작기의 아동들은 언어와 같은 상징적 기호를 사용하면서 사고 능력에서 큰 진보를 보인다. 상징 놀이를 하고, 상징적용어로 사고할 수 있지만 보존의 개념을 습득하지 못한 상태로 수, 크기, 무게의 변화에 따른 조작은 하지 못하는 단계이다. 예컨대, 둥그런 찰흙 두 덩이를 가지고 어느 쪽이 더 무거운가를 물으면 둘이 같다라고 대답하지만 한 덩이를 가늘고 길게 만들어서 비교하라고 하면 둥글게 그대로 둔 찰흙덩이가 더 무겁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③ 구체적 조작기
: 7세에서 12세까지의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은 보존 개념을 획득하고 논리적 조작이 가능하며 사물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한다. 이 시기에는 분류도 할 수 있고, 나열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추상적 개념이나 철학적 개념에 대한 사고는 미숙한 단계이다. 이 시기 아동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음을 이해함으로써 자아중심성을 탈피해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인지발달은 사회적 사고와 인간관계 성숙의 기초가 된다.
④ 형식적 조작기
: 12세 이후의 청소년기에 이르면 상징적 추론이 가능하다. 이 시기의 아동은 가설을 상정하고,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능한 해답을 논리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지능검사의 개념에 의한 인지적 능력은 10대 후반에 가장 뛰어나서 기계적인 암기나 지적 과제 수행 속도 등이 엄청나게 발달한다. 그러나 판단, 추론, 창의성 등의 인지 능력은 전 생애를 통해 발달한다.
(2) 기억의 발달
- 아동이 특정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습득하게 되면 이를 보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와 같이 기억이란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는 과정이다. 기억의 종류에는 사건기억(event memory)과 전략적 기억(stragegic memory)이 있다. 즉, 어디 갔었던 일 등과 같이 일어난 사건에 대한 자연스런 자서전적 기억이 사건기억이라면 전략적 기억은 전화번호, 극장가는 길과 같이 의도적으로 보유하거나 인출하려고 하는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송길연 외, 2000). 따라서 전략적 기억은 학습성취와 유관한 기억이며, 이 기억의 효율적인 사용은 연령에 따라 증가한다. 이에 반해 사건기억이나 사적인 자서전적 기억은 의도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애 초기의 기억들은 성장하면서 상당부분 상실된다. 일반적으로 아동의 증언기억의 정확성은 연령에 따라 증가한다. 어린아동은 나이 든 아동보다 외부의 압력에 영향을 받기가 더 쉬워 오류기억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동학대와 같이 법적인 절차에서 아동 증언의 정확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아동이 심문 받는 횟수를 제한시키고, 유도질문을 피하며, 심문자를 단순히 만족시키기 위한 대답을 추측하지 않도록 아동을 주의시켜야 한다(Poole & Lindsay, 1995).
(3) 지능의 발달
- 지능지수(IQ)는 성인기에 이르면 비교적 안정적인 속성이지만 많은 경우 아동기를 거치는 동안 상당한 변화를 나타내게 된다. 지능지수가 시간경과에 따라 등락을 보인다는 사실은 지능지수가 선천적인 사고 및 문제해결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 수행을 측정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안정적이고 적절한 자극을 제공해 주는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아동들은 시간경과에 따라 지능지수가 안정성을 보이거나 혹은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빈곤계층과 같이 소외되고 열악한 한경에서 성장한 아동들은 지능지수에서 누적적인 결손을 보이기도 한다(조희숙 외, 1994).
(4) 인지발달의 이상 조짐
- 인지발달의 이상 조짐은 지능이나 학습수행 정도가 평균에 못 미쳐서 학습 및 생활에 적응문제를 보이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지능이 평균에 못 미치는 경우를 정신지체라고 하면, 학습수행의 이상 조짐을 보이는 경우는 학습장애라고 할 수 있다.
① 정신지체
: 정신지체는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지만 미국정신지체협회(AAMD)의 정의에 의하면, 정신지체란 적응행동에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발달기간 중에 드러나며 일반적인 지적 능력이 유의미하게 평균에서 뒤떨러져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학교생활을 잘하는 아동은 지능지수에 상관없이 정신지체로 보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지능이라는 것이 아동의 생활환경이나 건강상태에 따라 아동기를 거치면서 30~40점 정도는 변할 수도 있고, 검사 상황 예컨대 누가 어떻게 했는가에 따라 아동의 지능에 현저한 차이가 보이기도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정명숙 외, 2001).
② 학습장애
: 일반적으로 학습장애라는 용어는 학습부진, 학습지진과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였다. 학습장애 아동이 지능검사에서 보통 이상의 수준을 보이는 반면에 학습지진 아동은 80 이하의 낮은 지능을 보이고, 그 외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발달 또한 느리다. 이에 비해 학습부진아동은 정서적인 문제나 환경적 적응 문제가 있어 갑자기 학업성적이 하락한 경우에 해당한다. 학습장애는 정상 지능이고 대체적으로 적응능력이 있으면서도 읽기, 쓰기, 또는 계산 등 특정 부분에 있어서 특별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이다. 또한 정서나 사회환경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학습과 연관된 뇌기능 장애 내지 발육지연 장애로 학업성취가 떨어지는 아동들이다. 흔히 학습이 본격화되는 학령기에 발견된다. 학습장애에는 지적장애, 뇌손상, 미세뇌기능장애, 난독증, 난서증 등은 포함되지만 시각장애, 청각장애, 운동장애, 정서장애, 환경 및 문화 실조 등으로 인한 학습문제를 지닌 아동들은 포함되지 않는다(정명숙 외, 2001).